당근 Idle Talk

먼 옛날에 진짜로 예쁜 토끼가 한마리 태어났고,
동물중 가장 큰 권력을 지닌 호랑이도, 가장 힘이 센 코끼리도, 가장 지적인 원숭이도 토끼에게 고백했다가 퇴짜 맞자,
숫컷들은 토끼에게 고백하는 걸 전부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일 예쁜 토끼는 보잘 것 없는 고슴도치와 사귀는 것이었다.
숫컷들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고슴도치를 찾아가서 토끼를 꼬신 비결이 뭐냐고 물어 보았다.
고슴도치는 “저 지금 당근 안팔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자기들을 무시하자, 신경질이 난 동물들이 고슴도치를 붙잡아 놓고 비결을 말하라고 수염도 뽑고, 막 때리고, 협밥했다.
그래도 고슴도치는 질문에 대답은 안하고, “저 진짜로 당근 안파는데요.” 라고만 계속 말하는 것이었다.


고슴도치가 예쁜 토끼와 사귈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귀먹어리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 다른 동물들의 생각을 전혀 몰랐었고,
“이래서 잘 안될거야,” “안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계산적인 생각을 할줄 몰랐었고,
토끼가 좋아서, 그 마음을 그냥 솔직하게 고백했던 것이었고,
토끼는 고슴도치의 그런 순수함에 매력을 느끼고 사귀었던 것이다.
토끼가 당근을 좋아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고슴도치는 토끼를 주려고 준비해 놓은 당근을 누구에게도 빼앗기기 싫어서,
아무 이유도 모르고 뚜드려 맞고만 있어도, 당근은 안팔 거라는 얘기만 계속 한 것이었다.


세상의 의견을 아무 것도 몰랐던 고슴도치는 토끼 같이 예쁜 동물은 자기 같이 힘없는 동물과는 결혼은 안한다는 것도 몰랐었다.
얍삽한 예쁜 토끼는 고슴도치가 주는 당근만 실컷 얻어 먹고 나서,
결혼할 때가 되자, 고슴도치를 버리고, 큰 권력을 지닌 호랑이 왕자와 결혼했다.
호랑이 왕자는 고슴도치를 생각하니, 자존심을 견딜 수가 없었고,
토끼 몰래 고슴도치를 없에 버리라고 명령하고, 다른동물들과 고슴도치를 같이 잡아먹었는데,
그때 고슴도치의 가시에 혀가 찔려, 컁컁 끼리릭 깍꺅 같은 소리만 나오기 시작했고,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동물들의 혀를 잘 관찰해 보면, 내 말이 역사적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동물들은 거의 다 혀가 까끌까끌한데, 옛날에 고슴도치의 가시에 찔려서 전부 그렇게 된 것이었고,
고슴도치 사건 이후부터 동물들이 말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다이아몬드가 당근보다 더 귀하지만,
세상에 의견을 아무 것도 모르는 고슴도치에게는 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했었다.
고슴도치 사건이 인간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고슴도치의 토끼와 당근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보석의 양이나 순수성을 측정할 때 처음으로 Karrat이라는 측정단위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었고,
Karrat의 어원은 당근 (Carrot)에 있었다.


언젠가, 아직 말도 제대로 잘 못하는 만3살짜리 꼬마에게 위와 비슷한 옛날 얘기를 해 주니까 (그림책 안에 있는 동물들도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식으로..) ,
나의 예상을 완전 뒤엎고,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그건 그럴 수가 없는 거에요.” 하면서 어른인 나에게 막 따지는 것이었다.
나는 꼬마에게 “진짜라니까?” 라는 말만 계속했지만, 꼬마는 “아니에요.” 하면서 내 말을 계속 안믿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진짜로 있다고 완벽히 속았던 나에 비해서,
그 꼬마는 나이에 비해 굉장히 영리해서, 너무 신기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형식으로 발생해 왔던 사건은 예외 없이,
과거나 현제나 미래에도 언제나 항상 똑같은 형식으로 발생한다는 과학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저런 어린 나이에도 가질 수 있는 건지도 신기했었고, 기특했었다.
어린시절에 나는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냉장고에 있던 죽은 계란이 병아리로 부화되는 신기한 마술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따뜻한 이불 속에 계란을 넣어두기도 하며,
항상 일정한 과학의 원리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살다 보면, 자신이 800 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든지, 귀신을 봤다던지,
신과 만나서 얘기했다던지, 시공을 뛰어넘어 다니며 축지법을 사용할 수 있다든지, 화성에서 왔다든지 하며,
마술 같은 말을 사실이라고 확신하면서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희철]씨 처럼요~
타인과 함께 하는 세상은 항상 일정한 과학의 원리로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과학으로 설명 안되는 타인의 말을 나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말을 믿고, 인정하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온갖 사이비 사기꾼들이 설쳐댈 수도 있기에 그렇고,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절대로 안믿는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른 차원의 둘만의 비밀의 세상은 과학이 아닌 마술에 의해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현대에 과학도 완전하지 못한 점이 있고,
과학으로 설명이 안된다고, 마술이나 환상이 확실히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고,
반드시 믿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일정한 과학의 원리에서 벗어난 마술 같은 황당한 이야기라도 사실이라고 믿고 싶다.

덧글

  • EunHee 2007/04/28 03:27 # 삭제 답글

    난 carrot보다는 karrat이 좋아..ㅋㅋㅋ 속물인가??
  • 박선규 2007/04/28 09:05 # 답글

    ㅋㅋ
  • EunHee 2007/04/28 12:34 # 삭제 답글

    선규야 이거 니가 지은거야?
    karrat의 기원이라고 내가 이야기 수경언니한테 해줬더니, 못믿겠다는 눈치인데???
  • 박선규 2007/04/29 01:51 # 답글

    믿거나 말거나.. ㅋ
  • 기야 2011/12/12 12:40 # 삭제 답글

    퍼가두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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